양현종은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양현종은 사직 구장 앞 최동원 동상 앞에서 '무쇠팔 최동원상'의 첫 수상자가 되었다. 선정 위원회는 다음 6가지를 정해서 후보자들을 평가했다고 한다.
무쇠팔 최동원상 6가지 선정 기준
1. 승수 기준 15승, 양현종 16승
2. 탈삼진 기준 150개, 양현종 164개
3. 퀄리티 피칭 15경기, 양현종 17경기
4. 무쇠팔 부분 30경기, 양현종 30경기
5. 무쇠팔 부분 180이닝, 양현종 171 1/3이닝
6. 보도되지 않았으나 평균자책점으로 사료됨, 양현종 4.25 ERA
최동원은 어떤 투수인가? 불세출 투수다. 축구에 차범근 감독이 있다면 야구에 최동원 감독이 있다. 최동원 감독은 선수시절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라가 메이저리그로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마 최감독은 류현진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최동원 감독 메이저리그 계약서,
토론토 블루제이스 40인 로스터에 최동원 감독은 존재했고 블루제이스는 최동원을 기다렸다.
고인의 전성기가 지난 시절만 기억하지만 아직 고인보다 더 멋진 커브를 본적이 없다. 고인의 커브는 머리 높이로 올라왔다가 발목으로 수직 낙하하는 그런 커브다. 2단 폭포수 커브같은 느낌이다. 아리랑같은 밋밋한 커브가 아니라 자석에 빨려 들어가듯 빠르게 밑으로 가라앉는다.
얼마전 월드시리즈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활약을 한 매디슨 범가너가 화제가 되었다. 범가너를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한국에 코리언시리즈에서 4승을 한 투수가 있다고 말이다. 그는 말도 안된다며 거짓말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상에 한 1명만 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과연 대단한 그 기록이 깨질 수 있을까?
강병철 감독은 1984년 한국시리즈 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우리가 삼성한테 이길 수 있는 카드는 최동원 하나밖에 없었다.
삼성은 지금도 강하지만, 그 때도 어마어마하게 강했다. 김일융은 재일 교포로 다르빗슈 같은 느낌을 주는 대단한 투수였다. 삼성에서 엄청난 돈(당시 환율 2억으로 추정)을 주고 요미우리에서 데려 온 것으로 보도되었다.
다르빗슈같은 멋진 외모와 실력을 겸비했던 김일융
당시 기억으로는 김시진 감독보다 김일융의 존재감이 엄청났다. 김일융의 3승, 최동원의 3승인 상황이었다. 경기는 삼성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김일융은 그날 경기를 회고했는데 엄청난 피로감 속에 던졌다고 인터뷰했다. 김일융은 극도의 피로감을 극복하지 못했는지 8회 유두열에게 3점 홈런을 맞고 말았다. 정말 극적인 순간이었다. 무쇠팔 최동원은 하이패스트볼로 삼진을 잡으며 7차전 승리 투수가 된다. 그것도 전인미답의 한국시리즈 4승을 거두면서 말이다.
한국에서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이 있다면 최동원상이 되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글쓴이는 최동원상을 생각할 때마다 눈시울이 불거진다. 그는 또 한국 프로야구를 십자가처럼 짊어지고 갔다. 선수협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최동원 선수 그리고 2000년도가 되어도 변하지 않는 롯데! 최동원은 악덕같은 롯데와 정면으로 부딪혔고 그 결과 삼성으로 트레이드되고 만다. 최동원상은 투수에게 주는 최고의 상이 되어야 한다.
이 최고의 상을 기아 타이거스 양현종이 받았다. 양현종의 신인시절 투구를 본 순간 그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150km넘는 강속구와 영리한 피칭으로 자이언츠 선수들을 요리해나갔다. 상대편이었지만 프로야구에서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해 한층 성장한 기량을 선보였고 그다음해인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야구 국가대표로 국위를 선양한다. 그리고 한동안 좋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다 2013년 부활의 조짐을 보였고 올해 타고투저 속에서 최동원상에 걸맞는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
이제 그가 메이저리그로 도전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양현종을 한국의 사이영상인 최동원상을 받은 투수로 소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80년대 최동원을 알아보았고 90년대 박찬호를 알아보았고 이제 양현종을 알아가고 있다. 최동원 상을 받은 그가 최동원 감독이 못다 이룬 메이저리그의 꿈을 대신 펼쳐줬으면 좋겠다. 그게 최동원상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너무 그리운 사람, 보고 있으면 여전히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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